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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12-15 10:34
다시 찾아온 AI
 글쓴이 : 관리자 (125.♡.96.11)
조회 : 3,261  

전북 양계산업 기반 흔들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3년만에 다시 찾아온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북의 양계산업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특히 감염 원인과 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아 AI의 확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 3년 만에 찾아온 AI

전북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 달 19일. 2003년 12월 충북 음성에서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뒤 2004년까지 전국을 휩쓸었던 망령이 2년 11개월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전북 익산시 함열읍의 양계농장에서 지난달 19-22일 닭 6천여 마리가 폐사했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 검사 결과 고병원성 AI로 최종 판정됐다. 이 소식에 전국이 발칵 뒤집혔고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당국의 방역활동이 본격화됐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11월 26일. 닭의 AI 바이러스 잠복기가 보통 2-3일이라는 점에서 한 고비를 넘긴 것 아니냐는 기대가 확산하던 때였다. 그러나 첫 발생지로부터 3km 가량 떨어진 익산시 황등면의 또 다른 양계농장에서 이틀 사이 닭 200여 마리가 폐사했고 두 번째 AI로 확인됐다.

2차 고병원성 AI는 1차 발생지와 인접한데다 철저한 방역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방역대 안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추가 확산의 전조로 받아들여졌고 방역당국은 초비상이 걸렸다.

이로부터 다시 12일이 지난 이달 8일에는 황등에서 18km 떨어진 김제시 공덕면의 메추리 사육농장에서 메추리 3천여 마리가 집단 폐사하며 3차 고병원성 AI 발생을 알렸다.

3차 발생은 익산을 벗어난 인접 시.군으로까지 AI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는 것을 의미했고 전국 어느 사육농가도 안전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 확산을 막아라

고병원성 AI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당국의 필사적인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AI 발생 농가를 전면 폐쇄하고 반경 500m와 3km, 10km로 방역대를 나눠 가금류와 사람, 물품, 차량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했다. 바이러스 전파 경로로 의심받고 있는 AI 발생지 인근의 23번 지방국도도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방역당국은 또 AI 발생지로부터 3km 이내의 모든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 작업에도 박차를 가했다.

익산에서만 178농가 76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 후 매몰됐고 종란과 식란 1천63만여개가 폐기 처분됐다. AI 발생 농장으로부터 종란을 공급받았던 부화장 7개와 사료공장 등도 모두 폐쇄 조치됐다.

김제에서도 13일까지 발생 농장의 메추리 29만여 마리와 반경 3km 이내의 닭 7만5천 마리가 모두 살처분됐다.

방역활동도 이동식 차량 소독기와 고압고온소독기, 생석회 등 방역장비와 약품이 총동원돼 전방위적으로 이뤄졌고 도내 각 시.군에서는 읍.면.동사무소 직원들까지 대거 투입돼 예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보건당국도 AI 감염 우려가 높은 살처분자와 방역요원 등 1천350여명에 대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인근 주민 3만여명에 대해 독감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등 인체 감염을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 AI 피해

AI가 발생한 익산과 김제는 인근의 정읍시까지 포함해 전국 최대의 양계단지가 형성돼 있어 피해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익산시에서 두 차례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로 농가가 입은 직접 피해액이 94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3차 발생지인 김제시 공덕면 일대의 메추리와 닭을 포함할 경우 살처분 피해만 100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농가들이 최소 90여일간 병아리 입식을 새로 하지 못하고 이동제한 조치로 닭과 계란 등을 제때 출하하지 못하는데 따른 피해도 만만치 않다. 덩달아 배추와 무, 쌀 등 다른 농산물까지 판로가 막히고 있으며 사람들의 통행이 끊기면서 문을 닫는 음식점도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200억원을 넘긴 하림[024660] 등 육가공업체들의 매출 손실액 등을 더하면 직.간접적인 피해액만 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AI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AI가 추가로 발병한다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전북의 양계산업 기반도 뿌리째 흔들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철새'가 주범인가

AI의 감염 원인과 경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방역당국은 최근 AI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점을 감안, 전파 경로를 야생 겨울 철새에서 찾고 있다.

방역당국은 월동기를 맞아 이동을 시작한 철새가 농장의 먹이를 먹거나 분비물을 흘려 닭과 오리 등의 가금류를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AI 발생지들이 철새가 많이 날아드는 군산 금강호 인근에 있다는 점을 들어 철새를 통한 발병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조류 연구가인 닐 무어스(Nial Moores.영국)와 군산철새조망대 한성우 연구사 등 환경단체 및 일부 전문가들은 "AI를 유발하는 철새는 주로 유럽을 오가고 있으며 한국을 찾는 철새의 이동 경로(flyway)는 AI 발생국의 철새 이동 경로와 다르다"며 방역당국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좁은 면적에 많은 가금류를 사육하는 우리나라의 밀집형 양계사육형태나 살처분에 동원된 인력 및 장비, 혹은 신고 이전의 출입자 등에서 감염 경로를 찾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6개월 후에나 나온다는 점에서 이런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AI가 남긴 과제

AI는 이미 동남아와 중국, 몽골 등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가축 전염병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AI는 언제든지 추가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도 최근 "학계나 자문위원들은 발생 양상이나 여러 역학적 조사를 감안할 때 현재 AI가 조기 종식되기는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과 양계농가의 노력에 따라 AI 확산과 이로 인한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궁 속에 빠져있는 감염 원인과 경로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찾아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철새가 원인이라면 주요 철새 도래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 양계농가들도 철새나 텃새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겨울 동안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소독을 강화하는 등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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